[천마칼럼] “재단은 ‘총추위’로 되돌려야 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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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3-10-16 10:46 조회 69회 댓글 0건본문
김장실(75, 행정)
한국관광공사 사장
“재단은 ‘총추위’로 되돌려야 순리!”
“학교 걱정 목소리 확산”
“‘총추위’폐지는 시대흐름 역행”
“재단·동창회 진정한 대화 나서야”
“구성원 단합이 모교 발전 필수”
최근 나는 평소 친분이 있는 대학 선, 후배 여러 분의 접촉을 받고 착잡한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그들이 한결같이 모교를 걱정하는 목소리를 전해 왔기 때문이다. 졸업한 지 40년이 지난 나도 그렇듯, 우리 영남대 동문은 졸업한 지 오랜 세월이 지났건, 어디서 어떤 직분을 맡고 있건 항상 우리를 이만큼 키워 준 모교의 존재를 가슴에 품고 있다. 모교는 젊은 시절 세상을 향한 통찰력과 성숙한 인격을 성장시켜 준 요람이었다. 또 사회에 진출한 우리가 딛고 설 수 있는 든든한 ‘마음의 보루’로 지켜주고 있다. 모교 영남대는 고마운 평생 동반자이다. 모교가 반듯하게 발전하는 것은 곧 우리의 자긍심이고 보람이다. 국적은 바뀔 수 있어도 모교는 바꿀 수 없다고 하지 않는가.
모교 재단인 영남학원이 총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를 폐지하면서 모교가 도리어 퇴행한다는 걱정을 들으니 안타깝고 실망스럽다. ‘총추위’ 폐지가 대학 주체들의 다양한 의견을 막고 총장이 재단 눈치만 살피는 제도라는 것이다. 대학 운영의 핵심인 총장 선임 제도가 모교 발전에 걸림돌이라면 누구도 수긍이 어렵다.
결론적으로 재단이 총장을 일방적으로 선임하는 것은 대학발전 명분이나 시대적 흐름에도 맞지 않다고 본다. 국내 사립대학 가운데 재단이 총장을 일방적으로 임명하는 대학은 소수에 불과하다. 하물며 영남대처럼 전통과 위상이 훌륭한 사학이 어떻게 모순적인 제도를 시행한다는 말인가. 따라서 기존 ‘총추위’ 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옳다.
재단은 동창회가 ‘총추위’ 폐지를 반대하며 시정을 요구하는 진정성을 이해해야 한다. 동창회가 괜히 재단의 고유업무를 트집 잡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오직 영남대 발전을 걱정하는 애교심과 충정심의 발로로 받아들여야 한다. 재단과 대학, 동창회는 필연적인 한 몸이며 모교 발전의 핵심 동반자이다. 많은 동문이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번 사태를 해결하는 방법은 재단과 동창회가 서로 대화에 나서는 것이다. 동창회는 종전처럼 총장 선임 과정에 ‘동창회 참여’를 요구하고 있지 않은가. 재단은 이에 대해 성의 있는 협의를 제안한 뒤 양측은 모교가 발전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재단은 그동안 동창회가 ‘총추위’를 폐지한 의도와 목적을 물었으나 납득할 만한 설명이나 해명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부치는 상황이라니 이해가 힘들 따름이다. 특히 윤상현 이사가 주장하는 ‘총추위’폐지 이사회 회의 절차상 하자 문제는 덮고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재단은 윤 이사의 주장을 “거짓 증거”로 일축할 것이 아니라 진상을 성실히 밝혀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영남학원의 권위는 물론 동창회 명예까지 걸린 격이다.
‘총추위’ 제도가 일부 부작용이 있으면 시정하고 보완할지언정 대학 구성원이 총장 선임에 참여한다는 대원칙은 지켜져야 한다고 믿고 있다. 특히 한때 재단은 총장 직선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도입한 ‘총추위’ 제도에 구성원의 참여를 더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도 갑자기 ‘총추위’마저 폐지한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해의 소지가 많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화하면서 지방대학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지방대학은 여러 차별적이고 부정적인 환경에 빠져들며 장기간 침체를 넘어 존립마저 위협받고 있다. 대학이 위기에 처할수록 구성원들의 참여와 소통, 지원이 절실하다. 대학이 비민주적이거나 폐쇄적인 운영으로 활기를 잃어버린다면 미래를 담보하기 힘들다. 우리 동문은 사학 명문이자 저력의 영남대가 어려운 환경을 발전의 기회로 되돌릴 것으로 믿고 있다. 그 전제 조건은 무엇보다 모교 재단과 대학, 동창회, 직원, 학생 그리고 지역 사회의 단합과 동의가 필수적이라 확신한다.